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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비판' 러 지휘자 "음악으로 인류와 공감"

매일경제 / 2023.09.20
이용익 기자

체코 필하모닉 상임 지휘자 세묜 비치코프 첫 내한 공연

日피아니스트 후지타 마오와 드보르자크 협주곡 등 연주

 

"우크라이나 전쟁에 침묵안돼"

 

예술과 정치는 멀고도 가깝다. 음악이 정치 도구가 되어서는 안되지만 인간의 생명을 뺏는 거대한 폭력에 경종을 울리기도 한다. 동유럽의 거장 지휘자 세묜 비치코프(71)도 비극을 외면하지 않는다. 러시아 출신이면서도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대규모 학살이고, 끝없이 이어지는 블라디미르 푸틴의 거짓말"이라고 당당하게 말해왔던 그가 다음달 24일 체코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로 한국을 처음 방문한다.

 

그는 서면 인터뷰에서 "인생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라며 "그 과정에서 음악이 표현하는 모든 기쁨과 슬픔, 고통과 행복, 두려움과 승리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감정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음악을 만드는 이들은 우리의 삶을 표현해내는 독특한 재능을 가진 극소수의 인물로 개별적 개성을 인정받으면서도 공감과 소통을 통해 인류 집단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일에 앞장설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옛 소련에서 태어난 러시아계 유대인이면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고, 동시에 러시아 국적 음악가라고 해도 무조건 배척하는 대신 그가 걸어온 길을 봐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이유가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자신의 주장과 마찬가지인 따스한 심성으로 인해 단원들에게 '대디(아버지)'라고 불리기도 한다는 그는 20세에 라흐마니노프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처음 이름을 알렸고, 전설적인 지휘자 카라얀이 있던 때인 1986년 베를린 필하모닉과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을 녹음하며 더욱 큰 명성을 얻은 인물이다. 당시를 돌아본 비치코프는 "데뷔를 하고나서 3주 후였던 1985년 2월 처음 카라얀을 만났다"며 "음악과 그 해석, 기원 등을 끊임없이 물어보며 성장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번 한국 공연에서 비치코프는 체코의 국민 작곡가로 불리는 드보르자크의 곡들로 클래식 팬들에게 첫 인사를 건넬 예정이다. 그는 "체코 필하모닉이 지금 프라하 현지에서 드보르자크의 음악으로 이번 시즌을 시작했다는 현실적 이유가 있다"면서도 "드보르자크의 피아노 협주곡은 평소에 무대에 잘 오르지는 않지만 브람스와 베토벤을 합친 듯하면서도 드보르자크의 음악적 특성을 가진 곡"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난 4 체코 필하모닉의 유럽 투어에서 한국 피아니스트 조성진과도 협연을 적이 있는 그는 이번에는 일본의 떠오르는 피아니스트 후지타 마오와 공연할 예정이다. "피아니스트에게는 피아노가, 성악가에게는 목소리가, 지휘자에게는 오케스트라나 합창단이 있어야 표현을 담아낼 있는 악기가 있는 "이라고 밝힌 비치코프는 "음악을 하는 모두가 자신만의 개성, 영혼, 기질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 스스로가 각자 원하는 방식으로 연주하거나 노래하고 있다고 느끼도록 소통하는 것이 지휘자의 "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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